글,사진- 김민찬(브루스)

청주 캠프를 다녀오는 길은 짧지 않았다.
길은 겨울처럼 단정했고, 현장은 사람처럼 분주했다. 간선 차량이 지나가고, 네모난 선물(기프트)을 실은 네모난 탑차가 지나가고, 한 번의 배송이 끝나면 다음이 시작되는 자리. 캠프의 공기는 늘 ‘지금’으로 가득하다. 그 ‘지금’이 조금 가라앉을 즈음, 우리는 밥을 먹으러 간다. 그 밥은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오늘을 버틴 몸의 회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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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은 종종 빨간 국물로 온다.
초등학교 때 코뼈가 부러져 수술을 받고 퇴원하던 날도 그랬다. 조인성의 코는 그날, 짙은 안개 속에 핀 꽃처럼 내 시야에서 희미해졌다. 집에 돌아오자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콩나물국을 끓여주셨다. 국 위에는 빨간 고춧가루가 소복이 뿌려져 있었다. 뜨겁고, 맵고, 시원한 그 국물은 약보다 먼저 몸을 풀어주었다. 기억 속 회복의 첫 장면은 늘 그렇게 빨갛다.
배건우 팀장이 영화를 전공했다는 말을 들은 날, 그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한때 영화학도였던 나는 그 말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밥을 먹으러 가는 길에도 생각은 영화로 흘렀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한 제목이 떠올랐다.
냉정과 열정 사이.
사이의 이야기.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름이 재밌다. 짜글이.
끓고, 졸고, 눌고, 다시 끓는 소리. 요리 과정에서 들리는 ‘짜글짜글’하는 소리에서 이름이 비롯되었다고 한다. 국물은 많지 않고 자박하다. 청주시는 자박자박한 국물에 돼지고기를 넣어 졸여 먹는 이 음식을 ‘청주의 미래유산’이라 불렀다. 오래 기억되는 음식은 결국, 사람들의 생활을 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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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짜글이는 충청북도 청주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사랑받아 온 돼지고기·채소 볶음탕 스타일의 향토 음식이다. 찌개와 볶음의 중간 형태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물을 많이 넣지 않고 돼지고기와 채소를 양념에 자박하게 끓여, 국물과 건더기를 함께 먹는다. 국물을 조금 더 졸여 밥과 비벼 먹기 좋게 만든 것이 짜글이다.
이 음식이 널리 알려진 데에는 배경이 있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시기, 청주 지역 대학가 포장마차 촌에서 값싼 식사와 안주로 대중화되었다. 생활의 언저리에서 사람들의 배를 채운 음식이었다. 최근에는 이 음식이 청주의 미래유산으로 공식 선정되며, 지역의 생활사와 기억을 담은 음식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