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돌 사이’

                                                                                                                **글- 김민찬(브루스)/그림-AI**

서문 – 흙을 만지는 사람의 말

장인어른은 흙을 만지는 사람이다. 남의 마지막 집을 지어 주는 일을, 사는 동안의 업으로 삼았다. “무덤은 죽은 이를 위한 게 절반이고, 남은 이를 위한 게 절반이야.” 술잔을 비우고 난 뒤, 장인어른은 오래 묵힌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조선의 한 능역, 물길과 돌길이 교차하던 곳에서 시작된 비극과 귀향의 소설 같은 실화—그렇게 그의 말은 내 마음속에서 장편이 되었다.

1부 – 수릉도감(修陵都監)

숙종 때라 했다. 왕이 승하하고 조정은 수릉도감을 열었다. 산줄기를 고르고 방위를 재고, 물길을 끊고 새로 잇는 일이었다. 백공(百工)과 역군이 구름처럼 모였고, 산은 하루가 다르게 깎여 나갔다. 그 모든 공역의 총책임에 오른 자가 있었다. 이름하여 장연석. 남들 앞에서는 차갑게 명을 내리는 도감의 수장, 집으로 돌아오면 손에 흙 냄새를 지닌 한 사람의 아버지였다.

그해 여름, 땅은 아직 재워지지 않았다. 공사는 대단위였고, 사람의 등과 손이 모든 것을 대신했다. 쇠붙이와 나무, 돌과 흙이 부딪힐 때마다 짧은 신음이 섞여 들렸다. 사고도 잦았다. 떨어지고, 무너지고, 끼이고—죽음이 공사 목록의 맨 끝줄에 늘 달라붙어 따라왔다.

어느 날 오후,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시각, 장연석의 앞에 소년 하나가 나타났다. 조그만 다듬이질을 손에 든, 아직 목소리에 변성도 오지 않은 아이였다.

“아버지.”

그는 그 한 마디로 모든 것을 알아보았다. 집에서 몰래 빠져나와 능역을 찾아온 아들, 장한결. “돌아가라.” 연석은 이를 악물었다. “여긴 살아 있는 자가 오래 머물 곳이 아니다.”

“저도, 아버지 일을 배우고 싶어요. 대를 잇고 싶어요.”

“대를 잇는다는 건, 네 등에 돌을 얹는 게 아니다. 네 가슴에 죽음을 얹는 거다.”

한결은 입술을 깨물었고, 아버지는 돌아서며 명을 내렸다. “아이를 데려다 집에 붙들어 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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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북쪽 계곡에서 우르르 소리가 났다. 산이 어둑해지고 바람이 뒤집혔다. 우렁찬 천둥이, 낮게 땅을 긁고 지나갔다. 곧이어 하늘이 열렸다. 장맛비의 창끝이 능역을 내려쳤고, 막 쌓아 올린 토단이 젖었다. 누군가가 외쳤다. “물길이 터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