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김민찬

텃밭의 정취 속에서 조용히 성장하는 파/ 사진= 김민찬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던 어느 여름날, 나는 어린 시절의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대전에서의 일상을 뒤로하고, 충남 논산 벌곡면 신양리의 농장으로 향했다. 그곳은 단순한 목적지가 아닌,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시작된 일기장과도 같았다.
농장에 도착하자 푸르른 들판이 우리를 반겼다. 할아버지의 굽은 등, 할머니의 주름진 손, 그리고 부모님의 땀방울이 이 땅에 정성을 쏟아부었다. 쌀, 감자, 파, 옥수수, 고구마... 모든 작물은 우리 가족의 사랑과 노력이 깃든 열매였다.
씨앗을 뿌리고, 싹이 트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과정—이는 마치 우리의 삶과 닮아 있었다. 때로는 가뭄에, 때로는 폭우에 시달리면서도 꿋꿋이 자라나는 작물들을 보며, 우리도 함께 성장했다. 수확의 순간, 우리 손에 쥐어진 것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생명의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무의 모습은 마치 우리의 일상에 스며드는 작은 기적과도 같다./사진=김민찬**
우리 손으로 키운 작물들이 식탁에 오르는 순간은 언제나 특별했다. 마트의 진열대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전율이 있었다. 김장철이면 키운 배추를 온 가족들이 함께 뽑아 승용차에 가득 채워 김치를 담갔다. 매 끼니가 감사함으로 가득했고, 우리는 음식을 통해 자연의 사랑을 나누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일상용품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사기 그릇과 밥그릇의 흙 원산지와 도공에 대해 알았고, 그들의 취향과 스승까지 파악했다.